일본의 NHK·후지TV 등 고선명 디지털위성방송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수신됨에 따라 그동안 잠잠했던 전파월경 문제가 재부상할 조짐이다. 또, 아직은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문화주권 논쟁에도 불을 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NHK·후지TV 등이 자랑하는 콘텐츠 경쟁력과 HD급 영상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강한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떻게 서울에서 일본 방송 수신되나=일본 방송위성(BS)디지털방송이 서울에서 수신되는 상황과 관련, 업계는 일본이 최근 위성을 디지털로 교체하면서 송출파워를 높인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BS디지털방송은 직경 120㎝ 안테나뿐만 아니라 일본 소니의 50㎝ 안테나(BS SAN-50HD2)로도 수신될 정도로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 누구나 직경 120㎝의 타원형 안테나와 BS디지털 튜너 등의 장비만 구입하면 일본 후지TV의 오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HD급 디지털방송 10개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일본 방송에 심취해 있는 마니아가 이를 수신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성방송 장비 깜짝 특수=최근 서울에서 BS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위성방송 장비 설치업체는 깜짝 특수를 맞고 있다. 위성 장비 업체인 T위성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튜너, 안테나 및 시공비를 모두 합쳐 100만원가량 든다”며 “하지만 근래 문의가 부쩍 늘었을 뿐 아니라 시공도 많이 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 지상파방송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선명한 화질이 상당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BS디지털방송을 2000가구가 수신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향과 전망=우리나라 전역이 일본 BS디지털방송의 가시청권에 들어간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개인적으로 안테나를 설치해 위성방송을 보는 것을 금지하는 중국, 인도와 달리 우리나라는 개인수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위성감시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수신 가능한 외국 위성방송 채널 수는 총 897개다. 일본 채널은 35개로 중국(354개), 인도(186개), 태국(79개), 러시아(85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BS디지털방송의 저변이 확대되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케이블 및 위성방송 시장을 단계적으로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마니아층 위주로 형성됐던 BS디지털방송 수신저변 확대는 우리나라가 일본 문화권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문화적인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양방향 서비스도 매력요소다. NHK1 등 주요 프로그램은 영어와 일본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파프로그램가이드(EPG) 기능은 물론이고 주요 프로그램 출연자 및 내용 등을 자세하게 안내하는 검색기능도 제공한다. 저녁 시간대에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한다.
김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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